정밀의학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항체 기반 치료제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와 항체-약물결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는 각각 항체 의약품의 차세대 형태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 두 기술을 융합한 이중항체 기반 ADC가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단일항체 ADC는 우수한 선택성과 높은 독성 약물 전달 능력을 통해 다양한 암종에서 치료 성과를 거두었지만, 암세포의 항원 발현 이질성, 내부화 효율 저하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두 표적을 동시에 타깃할 수 있는 이중항체를 활용한 ADC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중항체 ADC는 서로 다른 두 표적 항원에 결합 가능한 항체 구조에 세포독성 약물(payload)을 연결한 형태다. 이 구조는 다음과 같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 이중항체 플랫폼: 두 개의 다른 항원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항체 구조 (e.g., BiTE, CrossMab, DuoBody 등)
- 링커(linker):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안정적 화학 연결 고리
- 세포독성 약물: 세포주기를 저해하거나 DNA 손상을 유도하는 고활성 약물 (e.g., MMAE, DM1, PBD 등)
이러한 구성은 표적 선택성 증가, 내부화 효율 향상, 암세포 특이성 개선이라는 3가지 주요 장점을 제공하며, 정밀 표적 항암제의 차세대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ADC는 단일 항원을 타깃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 항원 발현 이질성: 종양 내에서 항원의 발현 수준이 불균등할 경우 약물 효과 감소
- 종양 선택성 부족: 정상세포에서도 표적 항원이 발현되는 경우 부작용 증가
- 내부화 속도 저하: 약물이 세포 내부로 효율적으로 흡수되지 않는 경우 약효 저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중항체 기반의 ADC가 등장하였다. 예를 들어, 한 항체는 높은 발현율의 항원을 인식하여 종양 특이성을 높이고, 다른 항체는 내부화 촉진 항원을 타깃하여 세포 내로의 약물 전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텍들은 다양한 이중항체 기반 ADC를 개발 중이다.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Zymeworks – ZW49
ZW49는 HER2 x HER2 이중결합 항체를 기반으로 한 ADC로, 기존의 단일 항체 Trastuzumab과는 다른 이중 결합구조를 통해 HER2 양성 암종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보인다. MMAE 기반 세포독성 약물을 탑재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2) Genmab / BioNTech – DuoBody-ADC 플랫폼
Genmab과 BioNTech는 이중항체를 기반으로 하는 ADC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며, 다양한 고형암을 대상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 중이다. DuoBody 기술을 통해 안정적인 이중항체 형성을 유도하며, linker-drug 시스템은 BioNTech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3) Daiichi Sankyo – DS-7300
HER3 x unknown 타깃 이중항체 기반의 ADC로, 특이적 내부화를 유도해 항암 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본 다이이치산쿄는 AZ와도 협력해 다양한 이중항체 ADC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항체 기반 ADC의 개발은 다음과 같은 기술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 정확한 이중항체 구조 설계: 두 항체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균형 있게 조합해야 함
- Payload 안정성 확보: 링커의 조기 분해나 비특이적 유리 방지 필요
- 면역독성 조절: 면역세포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 조절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 CrossMab, Knob-into-Hole, IgG-scFv 등 안정적 이중항체 형성 기술 사용
- Cleavable vs. Non-cleavable linker 최적화
- 인간화 항체, IgG4 형식 적용으로 면역원성 최소화
국내에서는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이중항체와 ADC의 융합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1) 에이비엘바이오 (ABL Bio)
이중항체 플랫폼 Grabody-T를 보유한 ABL Bio는 ADC 분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중항체에 세포독성 약물 결합을 위한 링커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2) HK inno.N
항암 ADC 개발을 위한 이중항체 기반 플랫폼을 연구 중이며, CD47 x HER2 등의 이중 타깃 기반 설계가 전임상 단계에서 검토되고 있다.
3) 앱클론 / 지아이이노베이션
이중항체 구조를 기반으로 면역세포 리디렉션 및 TME 조절용 플랫폼을 연구 중이며, 향후 Payload 탑재 전략에 대한 파일럿 연구도 병행 중이다.
이중항체 ADC는 차세대 항암제 시장의 핵심으로, 다음과 같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 ADC 시장 규모: 2023년 기준 약 85억 달러 → 2030년 250억 달러 전망
- 이중항체 시장 규모: 2023년 기준 약 90억 달러 → 2030년 300억 달러 이상
- 융합 시장: 이중항체 ADC는 양쪽 시장의 고부가 융합 제품으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 전망
특히 HER2, CD20, EGFR, BCMA 등 주요 타깃 기반의 이중항체 ADC는 글로벌 임상 파이프라인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후속 특허 회피 기술 및 차세대 링커 기술이 중요한 성공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중항체와 ADC의 융합은 정밀의학과 맞춤형 치료가 요구되는 현대 항암 치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다. 두 개의 표적을 동시에 제어하면서 고독성 약물을 종양 내로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이중항체 ADC는 종양 이질성 극복, 약물저항성 차단, 독성 최소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플랫폼 기술의 성숙과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텍 간의 활발한 협력이 지속된다면, 이중항체 ADC는 단순한 파이프라인이 아닌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서 자리잡게 될 것이다.